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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사형제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강화가 아니다.(2012.09.25)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복지연대
조회
3,416회
작성일
21-05-23 17:52

본문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사형제 유지·존속 입장 발언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저지른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 사형제의 불가피성을 옹호한다면, 국가가 살인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살인을 자행한다는 윤리적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굳이 본인이 침묵하고 있는 인혁당 사법살인을 거론하지 않더라 하더라도, 인간이기에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 불가침 권리인 개인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 범죄 억지와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해 ‘본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이를 어떻게 현대시민들이 지지할 수 있을 것인가? 

서울복지시민연대는 최근 벌어진 반인륜적인 강력범죄에 대해서 가슴 깊이 분노하며 또한 흉악범에 대한 처벌 강화 필요성에 동의한다. 처벌은 범죄자 스스로 선택한 범죄의 결과이므로, 사회적 규범의 수준에서 처벌수위를 규정하는 것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성폭력·아동성범죄·가족파괴에 대한 사회적 인지가 낮아 범죄자들을 쉽게 용인해 온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범죄자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40%밖에 되지 못하고, 60%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풀려나고 있으며, 강도와 강간을 동시에 저지르는 흉악범죄도 33.3%가 피해자와 합의 또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이는 성범죄에 너그러운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일 언론에서 새롭게 보도되는 성폭력 범죄 사건들이 지금에 와서 유달리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동안 애써 무시해 온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이며, 사회 전반의 관대함이 그 책임을 함께 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처벌강화와 사형제는 전혀 다른 논의이다. 아무리 범죄피해 가족들의 절규에 가슴 아프고 과도한 범죄공포가 우리를 엄습한다고 해도, 국가는 동일한 형식의 복수를 가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이유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 처벌에는 정당한 방식이 있어야 하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같이 사회와 격리되는 다양한 선택이 있다. 반면 사형제는 범죄자의 인권보다 일반국민의 생명권이 우선한다는 식의 사람을 분리하는 선택을 요구하며 또한 인간이 특정한 상황에서는 그런 취급을 받아도 된다는 인간으로서의 자괴감을 갖게 한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범죄억지력을 이유로 응징과 처벌에만 몰두하면 사회구조적 원인 분석을 방관하게 될 것이다. 과연 사형제의 유지와 집행으로 반인륜적 범죄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범죄경향에서 볼 수 있듯이, 엄중한 처벌이 예상되어도 범죄를 저지르는 비합리적 인간형, 사회부적응자, 자포자기 인간형이 많다. 주로 이웃사회에 아무런 관심이 없거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면서, 범죄의 결과에 개의치 않는 이들이다. 따라서 문제는 어떻게 범죄에 대처할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 범죄를 줄이는 대책에 초점이 주어져야 한다. 


따라서 서울복지시민연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첫째, 사형제 유지·존속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성이 부여될 수 없다. 사형제를 옹호하는 정치적 발언이 지속될 시 이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할 것이다. 

둘째, 과대한 사회적 공포심을 유발하면서 상업적으로 범죄를 다루는 언론보도는 자중할 것을 요구한다. 범죄자의 무차별적 신상공개와 감정적인 보도기사, 그리고 폭력피해자에 대한 과도한 상황묘사를 통한 2차 피해를 야기하는 보도행태를 즉각 중지하기를 바란다. 

셋째, 반인륜적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아동성폭행을 비롯하여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사회적 가치관과 부합하며 또한 실질적 예방효과가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넷째, 범죄의 사회적 책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처벌의 강화만을 주장하는 것은 범죄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것이다. 피해자들의 삶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지역사회안전망 구축에 대한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 

다섯째, 범죄를 줄이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범죄를 줄이는 근본적 대책은 서로에게 책임을 지니며 공감하는 사회통합의 과제이다. 

2012년 9월 25일 

서울복지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