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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 8호] 세월호, 일상적 재난 사회, 재난 유토피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복지연대
조회
3,729회
작성일
21-05-23 17:2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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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었다.

왜 304명이 죽어야 했는지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새누리당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어 자식을 바다에 수장시킨 부모들이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밥을 굶고 있다. 이를테면 망자들이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밝혀서 꾸짖을 것은 꾸짖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가슴에 묻어야 할 것은 가슴에 묻어야 하는데 우리 한국 사회는 100일이 넘도록 장례를 치루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럴 수 밖에 없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에 생각은 정리되지 않는다. 국회에서 언론에서 종교에서 기업에서 어디에도 가진 자들의 반성의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그걸 강제할 힘도 없다. 테러리즘은 상황은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절망의 표현이라는데 ‘ 총은 어디없나’ 하는 임병장식 충동적 분노만이 가득하다.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하는데 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다는 한탄만이 젖은 나무 태울 때의 연기처럼 자욱하다.

그런데 레베카 솔닛1)은 1906년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둥 세계 곳곳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의 대응과 사회적 대처에 대해서 연구하였다. 그에 따르면 재난이라는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대중이 공포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힘을 가진 엘리트들이 패닉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엘리트들의 권력은 평상의 유지 그 자체에 근거하고 있어, 비상사태는 엘리트들의 무능과 그들이 운영하는 제도의 무가치를 맨얼굴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중은 이타주의와 연대 정신을 발휘하고 신속하고 능력있게 상황을 헤쳐나간다. 솔닛에 의하면 샌프란시스코 지진과 화재는 이타주의와 연대의 바탕을 두고 즉흥적으로 구조활동을 벌이고 공동체를 만들었다. 한 중년 여성은 화덕을 만들어 요리한 음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줬으며, 오페라단의 여성 단원은 생후 4개월짜리 아기를 보살피고 우유를 구해 먹인고, 배관공 노조는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니다. 참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때 한명도 구조해 내지 못한 해경과 많은 이들을 구해낸 인근 어선과 일부 선객들의 눈부신 활동 사례들이 떠오른다. 솔닛은 이 평정과 연대의 모습을 “재난유토피아”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세월초 참사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재난 유토피아를 건설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한국사회는 끊임없는 저강도의 재난사회가 아닌 적이 없었으며, 그 때 마다 한국사회의 어이없는 본질적 구조가 엿보이다가, 이번 세월초 참사를 통해서 지배층 권력 엘리뜨들의 맨낯을 넘어선 결코 보고 싶은 맨몸을 보게 되었다. 결론은 그들에게 기댈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재난 유토피아는 이제 다시 건설해야 나가야 하고, 여기에는 보통사람이었던 세월호 가족들이 이제는 사회운동가로 변화하는 것처럼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 돈이 아닌 인간이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겠다는 것, 팽목항의 문제의 본질은 삼성서비스 비정규직 문제와 확연하게 연결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문제가 자신의 일상적 재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재난에서처럼 일상에서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솔릿이 말한 대로 “재난은 우리가 선잠에서 깨어나도록 충격을 주지만, 우리를 계속 깨어 있게 만드는 것은 오직 능숙한 노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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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폐허를 응시하라. 원제: A Paradise built in hell 』 Rebeca Solnit, 펜타그램.